연애할 때 밀당은 꼭 해야할까? 1편 – 밀당무용론


연애는 무도회의 춤에 비유된다. 망원렌즈로 보는 춤추는 남녀는 서로 붙어있지만, 미세한 현미경으로 두 사람 사이를 관찰해 보면 밀고 당기고, 적당한 스텝을 밟으며, 지나치게 가깝지도, 지나치게 멀지도 않은 간격을 유지한 채, 시종일관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남과 여의 연애란 서로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편하게 동행할 수 있는 서로 간의 아름다운 보폭을 유지하는 춤과 같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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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아름다운 밀당


많은 연인들과 연애 컨설턴트들은 말한다. 남과 여의 적당한 간격과 연애 감정의 긴장도를 유지하기 위해 밀당은 꼭 필요하다고 말이다. 화류계의 바람둥이나 연애의 고수뿐만 아니라 연애를 시작하는 초보들도 밀당의 기술은 꼭 갖춰야 하는 필수적인 연애의 기본기라고 한다.

하지만 왜 연애를 시작하면 꼭 밀당을 해야하는 걸까? 과연 밀당이 그렇게 효과가 있는 걸까? 밀당을 하면 과연 좋은 점만 있을까? 밀당 때문에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없을까? 




필자는 연애에는 밀당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오늘 이 시간 만큼은 반대편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보려 한다.

최근 N포세대 청년들을 중심으로 밀당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들은 선배들이 ‘연애하면 당연히 밀당이지’ 하고 관행적으로 용인해온 밀당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밀당이 갖고 있는 각종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다.

딴지일보 기자 출신으로서 〈스포츠 투데이〉와 〈스포츠 한국〉에서 성과 남녀, 부부관계에 대한 컬럼들을 고정 기고하고 『펜더의 전쟁견문록』 등의 전쟁사와  『엽기 조선왕조실록』 등의 다양한 풍속사를 저술해 온 이성주 작가는 자신의 책 『지금은 오빠가 필요할 때』에서 밀당이 갖고 있는 한계점과 문제점에 대해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성주 작가가 이 시대에 밀당이 불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밀당 무용론에 대해 한번 살펴 보았다.






1. 밀당의 효과는 기대 이하

이성주 작가가 밀당이 불필요하다고 보는 첫번째 이유는 오늘날엔 밀당이 과거만큼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에 와서 밀당의 화력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현재의 연애계가 연애초보와 연애고수들로 양극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왜 문제가 될까?

즉 오늘날 연애를 할 때 밀당, 좀 더 쉽게 말해 ‘튕기는 기술’을 여자가 제대로 구사하려면 남자쪽에서도 밀당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장단을 맞춰줘야 연애가 제대로 성립이 되는데 한쪽은 밀당에 대한 개념도 없는 일자 무식 초보이고, 한쪽은 연애의 모든 기술에 통달해 있는 연애고수이다보니 밀당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남자 연애 초보들은 밀당이 뭔지 모른다. 그리고 밀당에 대해 별 관심도 없고, 여자가 기술을 걸어와도 그것이 기술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약 여자 쪽에서 남자의 행동에 대해 마음이 들지 않아 “우리 헤어져!”하고 말하면, 연애 초보 남자는 그 소리를 고지식하게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알았어. 이제부터 연락 안할께. 휴대폰 차단한다.”하고 그대로 잠수를 타버린다는 것이다.

그런 남자에게는 사실을 말해줘도 자신의 실수를 깨닫지 못한다. “여자 친구가 그렇게 말한 진짜 이유를 모르겠어? 자신을 더 강하게 붙잡아 달란 뜻이잖아. 그러니 더 열심히 연락하고 다가가야지?”라고 말해 봤자. 도무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왜 그렇게 복잡하게 살죠? 마음이 그러면 말도 같아야지. 미친거 아니예요?”라고 반문을 한다고 한다.

즉, 연애초보 남자에게는 밀당의 기술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이들에게 좀 더 열의를 갖고 다가오라고 한편 튕기면 그대로 대기권 밖으로 튕겨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연애 자체가 게임오버가 되고 만다.




그렇다면 연애고수들은 어떠한가? 연애고수들에게 여자의 밀당 기술은 효과가 있을까? 

아쉽게도 여자가 연애 경험이 많은 연애고수에게 밀당을 걸었다가는 오히려 되치기를 당하기 십상이다.

연애고수들은 이미 여자가 연애를 걸어올 때 무슨 밀당 기술을 사용할지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고 있다. 그래서 판 전체를 내려다보며 여자의 행동에 대해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며 연애를 즐긴다. 

기술이 들어오면 적당히 넘어가는 척하고, 애쓰고 애달파 하는 척 해주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연기를 하는 것이다.

이성주 작가는 연애고수들은 이러한 밀당 기술을 붕어낛시에 비유한다고 한다. 낛시꾼이 붕어를 잡기 위해 적당히 줄을 풀어주었다가 당겼다가를 반복하여 붕어의 힘을 빼고 결국 붕어를 한 번에 낛아올리듯 연애고수들은 여자를 적당히 풀어줬다가 당겼다가 반복하며 여자의 경계심을 풀고 여자가 제 풀에 지쳐 나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한순간에 여자를 자기 쪽으로 낚아 챈다고 한다. 그야말로 붕어낛시 장면과 연애의 밀당 과정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연애고수에게 여자들이 밀당을 거는 것은 오히려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손오공이 재롱피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 남자들이 힘겹게 밀당을 하는 여자를 보고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된다면 여자 쪽에서 분명 자존심이 크게 상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최근 연애계는 연애에 대한 중간층이 별로 없고, 연애 기술에 전혀 관심이 없는 연애초보와 연애에 대한 고급 기술을 가진 고수층으로 양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에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연애의 정보와 기술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옛날이라면 화류계의 고수들만 독점하고 있는 연애의 필살기들이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고, 여성들의 밀당 기술들이 행동심리학적 관점에서 많은 남성들에게 분석되고 선수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따라서 여성이 수천년 동안 발달시켜온 밀당의 기술이 최근에 와서는 잘 통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2. 밀당은 연애의 피로도를 높인다

두번째로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의 밀당을 말리고 싶은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밀당이란 당하는 사람보다 밀당을 거는 쪽이 훨씬 힘이 드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밀당을 하려면 연애의 상황과 상대방의 태도에 대해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고, 어느 선까지 허용하고 어느 선까지 되갚아주겠다는 행동들이 필요하다. 즉, 상대 편의 행동 하나하나를 계산하고 고려하고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밀당을 하는 여자들은 남자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한번에 받지 않는다. 전화벨이 6번 이상 울려야 받고, 문자를 한 후 몇 분이 지나서 회신이 오는지 그러한 시간들 하나하나 분석하고 다음 행동들을 계획하는데, 이런 절차와 행동들이 연애하는 여성들을 피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밀당에 무신경한 남자들은 마음 가는대로 상황 되는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지만, 밀당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여성들은 연애 자체를 이끌어 가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따라서 밀당에 반대하는 남성들은 행복한 연애를 하면서 여자들이 굳이 그렇게 귀찮고 피곤하게 자신의 심신의 에너지를 소모시켜가면서까지 밀당을 꼭 해야 하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3. 밀당의 최종 결론은 허무하다

밀당의 최종 결말이 뻔하다는 것 역시 밀당무용론을 주장하는 이유이다. 밀당을 할 때 여성들이 내놓을 수 있는 협상카드가 마땅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밀당 기술은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여 남성을 통제하는데, 주로 당근은 성적 친밀감의 정도를 대상으로 하고, 채찍은 헤어지겠다는 엄포를 놓아 행사를 한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성의 마음에 들게 행동을 하면 입맞춤이나 포옹을 허용해 주고, 남자가 여자의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을 하면 ‘헤어지자’고 말하면서 ‘정말 나를 사랑하는게 맞냐?’고 따지고 다신 연락하지 말라고 토라지고..... 이런 방식으로 남성을 피말리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사실 헤어질 마음도 없으면서 계속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과 날 사랑하느냐고 보채는 행동들이 사실 아이들의 투정 같고, 헤어지자는 협박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남성들의 인내심이 예전과 같지 않아 여성들의 이런 벼랑끝 전술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밀당의 전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남자가 끝까지 여자와 함께 갈 것이라는 남성들의 마음을 계산에 넣고 하는 일종의 심리게임인데 최근의 남성들은 여성들의 심리전술에 예전처럼 인내심을 갖고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여자들의 밀당의 성공은 결국 여자들이 남자에게 어떤 기술을 걸어도 오뚜기처럼 일어나 요요처럼 다시 여자에게로 되돌아가는 남성들의 반작용 능력에 달려 있다.

그러나 최근의 남성들은 여자가 한 번 튕기면 거기서 끝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런데 밀당의 실패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랑이 부족한 남자의 책임일까? 아니면 밀당 기술을 섬세하게 설계하지 못한 여성의 책임일까? 

 

 



 

4. 밀당의 사각지대가 증가되고 있다

최근에 밀당이 잘 안통하는 남자들이 많아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물론 정보화사회의 진전으로 밀당 기술을 비롯한 연애의 고급 기술들이 대중화된 것이 큰 이유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현재를 살고 있는 청년 남성들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이다.

취업난과 부동산 폭등 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고, 평생 돈을 모아도 집 한칸 장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혼이 축복의 시작이 아니라 귀한 집 딸을 데려와 고생시킬 수 밖에 없는 현실 앞에 연애의지를 상실한 남성들이 많아졌다.

취업준비와 자격증 취득 때문에 공부할 것은 많고, 직장은 바쁘고 일상은 팍팍하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그래서 선뜻 여성들에게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이렇게 자존감이 낮아진 남성 앞에서 여성들이 예전 선배들이 하듯이 남성의 진의를 시험하는 밀당을 하게 되면 남성들은 자신있게 여자 앞에 나설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의 나이 많은 미혼 여성 증가 문제도 밀당이 불필요한 이유가 된다. 남자들이 풋풋한 20대 여성들을 제껴놓고 서른이 넘은 여성들을 결혼 상대자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말 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해줄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만나는 것이다.

나이 든 여자의 장점은 ‘편안함’과 ‘힐링’에 있다. 그런데 이런 여성들이 젊은 남자를 사이에 두고 밀당을 벌인다면 그 연애관계가 잘 유지될 수 있을까?

따라서 미래가 불투명한 2030 남성과 혼기를 지난 30대 여성 증가 문제는 밀당 기술이 예전과 같은 효과를 지닐 수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5. 밀당은 연애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훼손한다

마지막으로 밀당을 반대하는 이유는 밀당이라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인 개념이란 점 때문이다. 사랑이 상대방에게 져 주려는 게임이라면, 밀당은 자기가 이기려는 게임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서로 더 주지 못해 아쉽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양보하는 이타적 행위인데 반해, 밀당은 자신의 필요를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는 이기적 행위라는 점에서 연애감정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남녀의 연애가 서로의 순수한 감정에 따라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여야지, 정치인들의 권모술수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고, 상대방을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하려고 드는 행위는 상대를 자유롭게 해방하고 상대의 자아실현을 도와주고 그 존재 자체로 존중해야 하는 연애의 목적과 대치가 될 수 있다. 


오늘은 연애의 가장 기본 기술인 밀당을 다루는 첫 시간으로서, 먼저 밀당무용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 시간엔 그 반대 입장인 밀당필용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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