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과 음식이 행복감을 만든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골목마다 위치한 고깃집의 고기 굽는 모양을 보고 잠시 자리에 멈춘 적이 있었는가? 지글지글 타오르는 고기의 모습이 꽤나 먹음직스러웠을 것이다.

동네 제과점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빵과 쿠키도 시선을 사로 잡기는 마찬가지다. 달콤한 브라우니와 고소한 오곡식빵에 향긋한 마늘빵 냄새 풍기는 그 전경에 먹지 않아도 배부름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벽난로
벽난로와 식탁


모닥불과 음식, 행복한 저녁 시간의 상징

마이크 비킹은 행복연구가이다. 그의 주된 연구 주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덴마크인들의 행복 조건이다.  그는 최근에 『리케』라는 책을 썼는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 행복의 비밀을 인터뷰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모닥불과 음식이 주는 행복의 마술에 대해서 적고 있다. 그는 전 세계 국가와 문화를 막론하고 어떤 곳에서나 모닥불과 음식은 사람들을 한데 모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꼭 모닥불이 아니라도 좋았다. 단순히 저녁식탁에 푸른색 형광등을 끄고 황금빛 촛불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실례로, 한 캐나다 기자를 들 수 있다. 『휘게라이프』를 읽은 후 저녁마다 양초 2개를 켜놓고 저녁 식사를 시작한 기자는, 자신과 가족에 나타난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촛불을 켜면서부터 식사 시간이 15~20분 가량 길어졌어요.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촛불을 켜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가 조성돼요. 우리 가족은 이제 허겁지겁 이전처럼 식사를 서둘러 먹는 습관이 사라졌어요. 천천히 음식을 즐기면서 가족들과 그날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요. 저녁 식사 시간이 끼니를 때우는 시간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마이크 비킹은 함께 하는 식사는 단순히 육체적 영양소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우정을 쌓고, 유대감을 다지고, 소속감을 부여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저녁 식탁이 모닥불이 있는 풍경으로 바뀐 것만으로도 진정한 삶의 기반이 소유와 성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관계와 고결한 목적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마이크 비킹은 말한다. 진정한 부자는 통장에 찍힌 액수보다는 얼마나 가족과 따뜻하고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일상의 삶에 대해 얼마나 깊이 감사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공동체, ‘함께 한다는 느낌’이 행복감의 원천

마이크 비킹은 공동체를 중시하는 북유럽 전통 아래서 행복에 대해 연구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연구 중심은 행복의 조건을 개인적 성취에서 찾지 않는다. 그는 우리 자신이 공동체라는 좀 더 큰 그림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을 때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이크 비킹의 통찰은 혼자만의 주장은 아니다. 많은 행복연구소와 보고서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내용이다.

가장 행복한 나라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유사시에 자신을 도와줄 든든한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이라고 불리는 덴마크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들과 자주 만나고, 자신이 넘어지면 친구가 붙잡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고 한다. 이러한 관계 중심적이고 신뢰에 기반한 사회 모델이 행복을 위해서는 보다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한국 사회가 오늘날처럼 약육강식과 10억 만들기 등 잔인한 생존경쟁에 떠밀리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세상에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 ‘국가는 개인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불안한 노후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불신과 고독, 불안감 때문인 듯 하다. 

우리 사회도 덴마크처럼 보다 이웃과 공동체를 중시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데 유익한 사회 모델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 기원, 프랑스 사람처럼 식사하라

프랑스는 세계에서 식사 시간이 가장 긴 나라이다. 프랑스는 식사시간을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한국 사람들은 점심시간에 빈 속을 빠르게 채운다는 식으로 음식을 폭풍흡입한다. 그리고 식후에 아메리카노처럼 술술 넘어가는 커피를 마신다. 미국인이나 한국인에게 식사시간은 후다닥 빨리 먹고 처리해야 할 그 무엇이다.

 

“촛불
프랑스인들의 식사


그에 비해 프랑스인들은 식사 시간도 엄연히 삶의 중요한 시간으로 인식한다. 프랑스인들은 식사를 할 때도 샐러드-메인요리-디저트로 이어지는 절차를 준수한다. 공립학교의 식사 문화를 보면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학교에서 조차 다채로운 샐러드가 제공되며, 메인 요리로 버섯과 브로콜리를 넣어 조린 송아지 고기가 올라오고, 디저트로 사과 타르트가 나온다. 여기에 치즈와 빵이 사이드 메뉴로 제공된다. 비주얼적 요소도 중시되어 냅킨과 은 식기까지 제공된다. 프랑스에서는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정해진 순서에 따라 식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렇게 매번 세 가지 요리로 이뤄진 코스 요리를 즐기고 식탁 앞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데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은 유럽에서 가장 비만도가 낮다. 

 

 

프랑스 정부의 식문화 권장사항, 식사는 모두와 함께

그 점에 대해 마이크 비킹은 식사에 대해 국가가 권장하는 문화적 차이가 건강의 차이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즉, 대부분 국가들은 식사할 때 영양소 섭취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과일과 채소의 일일권장량을 공식적으로 지정한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는 영양소 섭취보다 여럿이 함께 식사하는 문화를 더욱 권장하고 있다. 혼자 밥 먹지 말고 함께 식사하는 것을 국가가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다른 나라 국가들이 무엇을 먹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매달려 있다면 프랑스는 어떻게 누구와 함께 먹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중시한다.

 

이러한 프랑스와 다른 나라의 식문화에 있어 우선순위의 차이가 국민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마이크 비킹은 《미국 임상영양학회지》에 실린 리버풀대학의 연구 결과를 참조하라고 말한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텔레비전을 보면서 식사할 경우 먹는 양이 최고 25%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이것은 왜 그럴까? TV 내용에 집중하느라 음식을 제대로 씹지 않고 빠르게 넘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만감을 느끼는 중추는 15분~20분 정도가 지나야 활성화 된다. 따라서 식사 속도가 빠르면 많이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과식을 하기 쉽다. 

그리고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고독감, 우울증은 과식과 탄수화물 중독을 가져온다. 아무래도 혼자 TV를 보며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보다 고독과 외로움에 더 자주 노출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프랑스인처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긴 시간 식사를 하면 건강에 어떤 도움이 있을까?

함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식사시간이 길어지면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껴 섭취량이 적어진다. 그리고 식사 시간에 사람들과 일상의 여러 화제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면 뇌신경이 활성화 되어 에너지 소모가 늘어난다.  

이러한 프랑스식 느긋한 식사는 결국 삶에 행복감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즐거움과 일체감, 소속감 외에도 충분한 식사 섭취에서 오는 포만감 때문이다. 

여기서 행복한 포만감과 불쾌한 포만감을 구분해야 한다. 빨리 먹어서 느끼는 포만감과 적게 먹고도 느끼는 포만감은 다르다. TV 시청을 하며 혼자 급하게 많은 음식을 먹어서 느끼는 포만감은 소화를 시키는데 부담이 되어 속을 불쾌하게 만드는 포만감이다.

그러나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맛을 음미하듯 식사를 할 때 느끼는 포만감은 깊고 풍부함에서 오는 삶의 만족감과 같은 포만감이다. 따라서 프랑스인처럼 식사를 하면 식사 시간마다 행복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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