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그 나라 국민들이 행복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순위는 몇 위나 될까? 경제력과 행복도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예전에만 해도 국가 순위를 재는 척도는 GNP와 GDP가 대세였다. 국가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한 나라의 위상을 말해주었다. 

그러나 수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은 후 극심한 빈부격차와 격변하는 시대변화를 경험한 현대인들은 국가와 사회를 평가하는 시각이 예전과는 다른 특징을 갖게 되었다.

지도를 펼치고 국가를 찾아보는 소녀
세계지도를 펼친 소녀


이제는 미국을 아메리칸 드림의 이상향으로 보는 사람도 없고, 일본을 질서 있는 깨끗한 나라로 존경하지도 않으며, 중국을 투자와 기회의 땅으로 보지도 않는다.

국가들의 서열을 정하는 데도 삶의 질과 국민의 행복 체감도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세계 국가별 행복도 순위

국민들의 행복도를 기준으로 국가별 순위를 발표한 연구자로 유명한 사람은 세계적 학술단체인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의 이사 로널드 잉글하트(Ronald Inglehart)이다.

그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82개국에서 시행된 설문조사를 통해 각국의 표본집단이 느끼는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를 조사하였다. 

로널드 잉글하트의 조사 결과는 기존의 연구 결과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국가순위 연구가 삶의 만족도를 중심으로 연구되었는데, 그의 연구는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를 함께 조사했기 때문이다. 

삶의 만족도를 중심으로 조사된 연구들은 대체적으로 경제적으로 부유한 북미와 유럽 지역의 국가들의 순위가 높다. 그러나 행복도를 함께 고려한 연구에서는 경제적 삶의 만족도가 낮아도 행복감을 느끼는 국가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국가별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로널드 잉글하트의 연구 결과는 행복한 국민들이 사는 나라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다.

로널드 잉글하트의 국가별 행복도 순위 도표
국가별 행복도 순위, 『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조르디 쿠아드박, 북로드, 55쪽 도표 인용


물론 최근 국가별 행복순위는 많이 달라졌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1인당 GDP와 사회적 지원, 기대 수명, 사회적 자유, 관용, 부정부패 등 6가지 항목으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산출한 최근 2020년 보고에 의하면 핀란드가 3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덴마크와 스위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가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가장 행복도가 높은 나라는 대만으로 25위에 올랐고, 31위에 싱가포르, 52위에 필리핀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각각 61위, 94위, 62위로서 전체 153개국에서 중하위권을 기록했다.

필자는 SDSN의 자료가 최근 자료이지만 훨씬 오래된 로널드 잉글하트의 자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그 이유는 SDSN의 자료는 국민들의 주관적 평가보다 외부에서 보는 객관적 평가항목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대다수 연구처럼 서구 국가 위주의 행복서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잉글하트의 연구는 개인의 주관적인 만족도와 행복도를 주축으로 하기 때문에 더 정확한 행복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잉글하트의 연구를 기준으로 이 글을 전개할 것이다. 


GDP는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의 행복도를 고려할 때 국부의 규모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제로 로널드 잉글하트의 연구 결과에서도 가장 부유한 25개 국가는 가장 행복한 국가 그룹에 속해 있다. (국가명이 굵은 글씨체로 되어 있는 국가들이 부유한 국가들이다.)

하지만 월급 수준이 높은 사람이 꼭 행복한 것이 아닌 것처럼 GDP 수준이 높지 않은 국가들 중에서도 행복도가 높은 국가들이 있다.

1위를 차지한 푸에르토리코와 2위를 차지한 멕시코, 7위를 차지한 콜롬비아와 11위에 이름을 올린 살바도르와 12위 베네수엘라는 결코 잘 사는 나라가 아니다.

반면 연구 조사 당시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였던 일본은 40위에 해당되었다. 남미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보다 훨씬 순위가 낮았다.

물론 남의 나라 흠잡을 것 없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7위나 더 떨어진 47위에 해당되었으니 말이다. 중국과 타이완은 물론 필리핀 국민들도 우리나라 국민보다 행복하다. 우리나라의 행복도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크다. 

 

 

 

 

개인주의 국가가 집단주의 국가보다 행복하다

국가별 행복도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그 사회의 개인주의 성향을 들 수 있다. 로널드 잉글하트는 개인주의가 강한 문화와 개인주의가 약한 문화 중 개인주의가 강한 문화가 훨씬 행복도가 높다고 말한다. 연구 결과를 보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들이 상위권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 코펜하겐


개인주의가 강한 서구 사회는 느슨한 연대 사이에서 개인의 자유와 가족을 중시하며,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따라서 개인의 욕망에 따라 스스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토대가 잘 갖추어져 있다.

특히 개인주의와 국가의 복지제도가 잘 결합된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매우 행복도가 높은데, 개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할 필요 없이 국가가 주는 정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집단주의가 강한 사회는 태어나면서부터 개인이라는 자각보다 공동체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개인은 태어날 때부터 내 꿈이 아니라 우리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의무적으로 해야만 할 일이 할당되는 사회이다. 

로널드 잉글하트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동아시아 사회가 높은 경제 수준에 비해 행복도가 낮은 이유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욕망을 희생해야 하는 집단주의 문화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행복에도 영향을 준다

최근 홍콩과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목격했을 것이다.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홍콩은 영국령으로 있을 때보다 현재 국민의 행복도가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로널드 잉글하트의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민주주의와 국가별 행복도는 높은 연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를 거친 거의 모든 국가들의 행복도는 매우 낮다. 동유럽 국가들은 민주화가 되었음에도 행복도가 낮은데, 이것은 민주주의가 오래될수록 행복도가 높아지는 특성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정치제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역사가 오래되어 문화와 관행으로 뿌리를 내릴 때 국민들의 행복도에 깊은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짧은 국가보다는 오랜 민주주의의 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가 더 행복하다.

 

 

 

 

사회적 관용성이 발달된 나라가 행복하다

남녀의 양성평등과 성적 소수자, 그리고 소수 민족들에 대한 관대한 정책을 가진 나라일수록 더 행복하다. 

마이너리티 사회에 대한 차별이 적은 사회일수록 사회적 공정과 균형감이 발달되어 있다. 또한 인권과 기본권이 존중받는 사회이다. 

제정일치와 단일 종교 교리를 강조하는 국가와 남녀 차별이 심한 국가일수록 국민들의 행복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으론 넉넉하지 못하지만 행복한 나라의 특징

남미의 국가들은 경제적 수준이 높지 않고, 정치적 민주화도 잘 되어 있지 못하지만 국민들의 행복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다.

그 이유는 낙천적인 국민 기질에 기인한 바도 있고, 공동체와 사회 구성원 간의 끈끈한 유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푸에르토리코
푸에르토리코


잉글하트에 의하면, 공동체와 사회 구성원들이 강하게 결속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경제적 수준이 높지 않아도 국민들의 행복도는 높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 사회의 행복도를 높이려면

로널드 잉글하트의 연구를 통해 한국 사회의 개혁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잉글하트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행복한 국가 모델이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존재한다.

민주주의 전통과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서구 유럽형 복지국가 모델과 사회 공동체와 공유의 문화 전통을 바탕으로 하는 남미식 국가적 행복국가 모델이다.

한국 사회는 발달된 민주주의와 경제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남미처럼 공동체 정신에 입각한 행복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시기상 맞지 않다.

오히려 서구사회처럼 느슨한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성숙한 개인주의 사회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문화적 다양성을 품어 줄 수 있는 국가로 나가야 한다.

한국 문화는 집단성과 획일성이 강하며 소수 문화에 대한 배타성이 강하기 때문에 보다 문화적으로 관대한 사회가 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보다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심각한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양성평등과 개인주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아시아 국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체면과 집단 중심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와 전공을 선택할 때 아직도 학교의 이름과 부모의 체면이 중시되고 있는 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 개인의 적성과 꿈이 선택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의 경제적 투기 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나의 자유 추구가 이웃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성숙한 개인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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