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도 공식이 있을까?

행복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행복방정식은 존재할까? 마치 예술가들이 1.618이라는 황금비율을 찾고, 미스유니버스 대회 심사위원들이 고전 미인의 몸을 36:24:36이라는 비율로 정의하듯 간단명료하게 행복을 나타낼 공식이 있을까?

행복 과학자들은 오랜 시간 행복에 대해 연구한 결과, 행복은 행복한 감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맨날 날씨가 좋아 해만 줄창 뜨면 땅이 사막화 되듯이 100퍼센트 긍정적인 날만 계속되면 오히려 행복을 행복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행복공식을 묻는 장면
행복공식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도 이 원리는 적용된다. 물론 가장 재미있는 경기는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경기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큰 점수 차로 이기는 경기는 재미가 없다. 과연 당신은 몇 대 몇으로 이길 때 가장 재미가 있었는가? 이러한 수치들은 행복한 삶, 재미있는 삶을 가능케 하는 삶의 황금비율을 구하는 공식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 행복학자들은 최소 2.9 대 1 에서 최대 11 대 1 정도로 긍정과 부정적 요소가 최소 3배에서 11배 정도가 될 때 사람은 가장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이 연구한 행복방정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행복방정식을 공식으로 나타내면?

미국 노스케롤라이나 대학 심리학과 바버라 프레드릭슨(Barbara Lee Fredrickson)과 브라질 사회학자 마르시알 로사다(Marcial Losada) 교수는 행복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행복을 수학적 공식으로 나타낸 수식
행복에 관한 수학적 공식


이 방정식의 뜻은 삶에서 가장 행복을 가져오는 삶의 긍정 요소와 부정적 요소의 비율은 2.9대1 이상이라는 의미다. 반대로 말해서 삶에서 긍정 요소와 부정 요소의 비율이 2.8대 1 이하로 떨어지면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는 뜻이다.

바버라 프레드릭슨과 마르시알 로사다 연구팀들은 이와 같은 방정식을 어떻게 도출하게 되었을까?

원래 이 연구 결과는 기업의 경제적 성과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다. 로사다 교수는 60개 팀으로 구성된 대기업 관리자들을 연구하기 위해 특수하게 고안된 사무실에 모아놓고 향후 회사 경영을 위한 토론을 하게 만들었다. 

8명으로 구성된 각 팀들은 향후 목표와 전략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연구진들은 이중거울 뒤에서 팀원들의 발언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긍정성과 부정성들을 표시했다. 가령 “그것 참 좋은 생각이네요” “프로젝트에 무엇이 필요할까요?” 등 생산적 토론 과정을 보여주는 언어적 척도에는 긍정을, “이제껏 들어본 말 중에 가장 멍청한 의견이군”, “열심히 말하는 데 찬물을 끼얹고 싶진 않지만” 등의 부정적 의사표현 등은 부정 표시를 했다.

그 후 각 팀은 설문조사를 통해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 내부 만족도 등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구성원간의 상호 커뮤니케이션 중의 긍정 대 부정 발언의 비율이 팀의 성과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팀은 긍정 대 부정 비율이 5.6 대 1이었다. 그리고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팀은 0.36 대 1이었다. 평균 점수를 받은 팀의 비율은 1.9 대 1이었다. 

이후 연구팀은 복잡한 수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2.9 대 1이라는 황금방정식을 도출한다. 이 수치를 넘어서면 팀 구성원들은 스스로 발전하는 동시에 회사에도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다. 반면 이 수치에 미달하면 할수록 팀 구성원은 발전도 더디고 기업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안겨주었다.

 

 



개인의 행복도, 긍정 대 부정 비율 3 대 1 

이 연구가 중요한 것은 2.9 대 1이라는 수치가 기업은 물론, 개인의 행복도에도 적용이 된다는 것이었다.

프레드릭슨과 로사다 교수는 188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삶의 성숙도 측정을 위한 설문조사를 벌인다. 설문지 내용은 ‘스스로를 인정하는가’, ‘타인과 긍정적 관계를 맺고 있는가’, ‘인생의 목표가 있는가’, ‘자립적인가’ 등을 포함 11개의 질문을 던져 6개 이상의 항목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체크했을 때 성숙한 삶을 살고 있다고 평가하였고 그 이하의 경우 정체된 삶을 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학생들은 28일간 매일 밤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하여 11개 질문에 대해 그날 경험한 하루에 대한 평가를 기록했다. 

그 결과 긍정적 감정을 부정적 감정보다 세 배 이상 경험했던 학생들이 더욱 성숙해진 반면 그 이하의 비율을 보인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삶의 모습을 보였다.

결혼식에서 서로 바라보는 행복한 커플 모습
행복한 커플


이 황금방정식은 커플과 가정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존 가트먼 교수는 갈등을 유발하는 주제를 15분간 토론하는 커플 73쌍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 공식이 커플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 워싱턴대학 심리학 명예교수인 존 가트먼 교수는 커플 간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기준을 관계의 만족도와 커플 기간의 영속성으로 판단했다. 

연구 결과, 상호 신뢰가 깊은 커플은 긍정 대 부정 비율이 5 대 1 이었다. 즉 비판과 조롱, 잔소리와 같은 부정적 신호 1번에 칭찬, 애정표현, 따뜻한 스킨쉽 5번 꼴로 감정을 표현했다.

그러나 신뢰도가 낮은 커플은 긍정 대 부정 비율이 1 대 1 이하였는데 이 커플은 몇 해가 지나지 않아 관계가 깨지고 말았다고 한다.

존 가트먼 교수의 이 실험은 단 15분이라는 짧은 실험 결과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가지고 커플들의 향후 이혼 가능성을 90퍼센트에 가까운 정확도로 예측한 연구로 큰 화제가 되었다.  



이상의 연구 결과들은 기업의 성과, 개인의 성숙도, 커플의 관계 연속성과 만족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정확하게 개인의 행복도를 나타낸다고 볼 수는 없으나 각 요소들은 개인의 행복도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들이다.

아무리 개인의 멘탈이 강철멘탈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에서 매일 질책을 받고, 가정에서 부부싸움을 하며, 일기장에 의미 없는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고 적으면서 행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바버라 프레드릭슨과 마르시알 로사다 교수의 행복방정식 연구와 존 가트먼 교수의 커플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개인의 행복에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왜 긍정은 부정보다 3배 이상 많아야 할까?

첫째, 심리학자들은 긍정 메시지보다 부정 메시지의 파급 효과가 훨씬 강하고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별히 심리학자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개인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도 부정적인 말과 신호들이 훨씬 더 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꿈을 예를 들더라도 이상형 연예인과 소개팅을 하는 즐거운 꿈보다 좀비에게 당하는 소름끼치는 내용의 꿈이 훨씬 오래간다. 예상 외의 보너스를 30만원 더 받는 긍정 경험보다 10만원을 잃어버린 부정적 기억이 훨씬 오래간다. 사춘기 시절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즐거운 칭찬보다는 억울한 꾸중에 대한 기억이 훨씬 더 오래가며 그 영향력도 크다.

우울한 풍선 사이에서 웃는 모양 풍선 1개
웃음 풍선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 부정적인 인상 한 가지를 남겼다면 그 부정성을 지우기 위해서는 최소한 3배 이상의 긍정적 인상을 지속적으로 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둘째로 부정성이 삶에 중심이 되면 뇌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삶에서 긍정 대 부정의 비율이 3 대 1 이하로 떨어지면 타인과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즉 본래 인간의 뇌는 긍정신호보다는 부정신호에 민감하게 작용되도록 세팅되어 있다. 이것은 인간의 진화과정을 이해한다면 당연한 일이다. 산에서 나물을 캐다가 호랑이를 발견하게 되면 호미를 던지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야 생존할 수 있기에 인간의 뇌구조는 평화로운 신호보다는 위협의 신호에 민감하여 스트레스를 만나면 도피하도록 설정이 되어있다.

따라서 인간은 언제나 부정신호에 더 집중한다. 뉴스를 보더라도 더 부정적인 보도에 시선이 가는 것이다. 가정생활을 할 때도 부부싸움 중에 나왔던 배우자의 부정적 발언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 일상에는 항상 비슷비슷한 일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부정적 메시지가 많아지면 그 메시지들에 뇌가 집중하게 되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사건들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긍정 대 부정 비율이 3 대 1 이하인 사람들은 개인적인 문제에 매몰되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고 한다.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은 아내와 자녀의 문제에 소홀하게 되고, 학교 교우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학업에 지장을 받게 된다.

 

 

지나친 긍정중독도 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 현상은 어떨까? 긍정도 지나치면 문제가 될까? 그렇다. 프레드릭슨과 로사다 연구팀의 분석에 의하면, 긍정 대 부정 비율이 11 대 1 이상으로 긍정이 일방적으로 우월해지면 개인이 성숙할 수 있는 동력이 사라진다고 한다.

지나친 칭찬과 긍정 일색의 풍토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려해도 볼 수 없는 문제가 발생된다. 그러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문제인식이 없다면 사회 시스템은 붕괴되고 만다.

비리 공무원들의 문제나 사회 안전시설들의 미비한 문제, 건강검진에서 나온 나쁜 수치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포장해서는 결코 개인과 사회에 유익이 되지 않는다.

또한 늘 칭찬만 듣고 자란 아이가 바른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까? 채찍 없이 당근만 먹고 자란 경주마가 실력을 갖출 수 있을까? 늘 찬사 일색의 제비족의 립 서비스가 사람을 영원히 감동시킬 수 있을까?

초코쿠키의 달콤한 맛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약간의 소금과 다크 초콜릿의 씁쓸한 맛이 필요하듯이 인생의 행복을 위해서는 약간의 슬픔과 아픔이 동반되어야 한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괴테의 말처럼 주식 시장에서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투자의 기쁨을 알기 어렵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지나친 긍정중독은 걱정할 것이 못된다고 충고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너무 긍정적이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긍정 대 부정 비율인 11 대 1 이상의 긍정 일변도의 경우는 통계상 현실에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행복의 마지노선, 긍정 대 부정 비율을 3 대 1 로 유지하라

오해하지 말 것은 프레드릭슨과 로사다 연구가 말하는 2.9 대 1은 우리가 행복한 삶을 위해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최소한 불행한 삶을 막기 위해 유지되어야 할 행복의 안전선이라는 것이다.

웃는 모양 진동추 4개가 우울한 모양의 진동추1개를 쳐내는 사진
긍정 진동추


종래에 긍정 대 부정 비율이 7 대 1 이었거나, 5 대 1 이었던 이들이, 이 연구를 보고 일부러 긍정 비율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들이 3 대 1 경우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 프레드릭슨과 로사다 연구에서는 긍정 경험이 부정 경험보다 3~11배 정도 범위 내에서는 삶의 행복도를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직장과 가정에서 당신의 말을 되돌아 보자. 당신은 회사와 가정에서 긍정 대 부정 비율을 어느 정도로 유지하고 있는가? 당신은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보다 날카로운 비난을 몇 마디나 더 던지고 있는가? 아내는 남편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있는가? 회사의 직원들은 서로서로에게 얼마나 긍정적 피드백을 해주고 있는가?

중요한 것은 개인의 경험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하루 중 나 자신을 인정하고 나의 행복을 위해 나를 얼마나 칭찬하고 위로하고 있을까? 나에게 부정적인 말보다 적어도 3배 이상의 긍정적인 말을 해주고 있을까?  

행복 과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긍정적 신호보다는 부정적 신호에 훨씬 민감하게 설계되었다. 하지만 행복을 위해서는 부정적 경험보다 긍정적 경험이 3배 이상 필요하다. 

만일 당신이 눈 앞에 보이는 물이 절반 담긴 컵을 보고 긍정도 낙관도 하지 않는 치우침 없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최소한 지금보다 3배 이상 긍정적인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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