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은 행복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 년 살고 싶어~’ 
남진의 영원한 히트곡 〈저 푸른 초원 위에〉의 한대목이다. 이 노래가 세상에 발표된 것은 1970년으로 무려  50년이 지나도록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이 가사 내용처럼 행복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누구나 한마음인 듯싶다. 

봄에 씨앗 뿌리고 여름에는 꽃이 피고, 밤에는 보름달, 반디불과 즐겁게 지내는 삶. 그 모두가 도시 근교의 전원주택에서 사랑하는 님과 오붓하게 알콩달콩 깨알 볶고 사는 달콤한 삶에 대한 꿈과 기대를 갖고 있다

전원주택 모습
전원주택


그런데 한 가지 잊은 것이 있다. 전원주택에서 살아가려면 최소한 자가용이나 버스를 타고 1시간 이상 매일 출퇴근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래도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까?

행복연구가들은 전원주택과 직장 옆 원룸 중 어디서 살 것인가 묻는다면 직장 가까운 원룸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물론 이것은 사는 곳의 부동산 경제적 가치를 포함하지 않고, 오직 행복이란 기준만을 따졌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직장과 사는 집은 가까운 곳에 위치할수록 행복한 것일까? 그리고 출퇴근 시간은 행복감에 어느 정도나 관련이 있는 것일까? 오늘은 행복감에 미치는 출퇴근 시간의 영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출퇴근의 패러독스

취리히 대학의 알로이스 슈투처(Alois Stutzer) 교수와 브로노 프라이(Bruno Frey)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유럽인들의 평균적인 통근시간은 40분이며 그 시간이 행복감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연구팀은 1984년부터 2만 명 이상의 독일인을 대상으로 매년 개인과 가족, 직업 상황을 설문조사와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으로 행복도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출퇴근에 소비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 

우리나라의 경우야 아파트의 부동산 가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무조건 아파트를 선호하는 ‘닥치고 아파트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삶의 질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은 직장에서 가까운 현대식 아파트보다는 직장과 거리가 좀 있더라도 전원의 독립적 저택에서 살고 싶어 한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도 돈 문제만 아니라면, 양평이나 남양주의 북한강변 경치 좋은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 살아가는 꿈을 꿀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전원주택에서의 삶이 그렇게 행복하지 못하다는 결론이었다. 물론 이것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쾌적성을 갖춘 전원주택이 거주하는 데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문제는 직장과 사는 집 사이의 거리와 통근시간에 있었다. 

 

 

 

출퇴근 시간은 행복감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

슈투처와 프라이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삶의 만족도 측면에서 실직을 당하는 것보다 출퇴근 시간이 20분 늘어나는 것이 행복도에 5배나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이 주는 불행감과 삶의 스트레스 수준은 실로 엄청나다. 그런데 출퇴근 시간은 그보다 더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하니 연구 결과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차가 막힌 도로 상황
출근 시간의 교통체증


아마도 실업자들에 대한 복지제도와 삶의 안정장치가 구조적으로 잘 완비되어 있는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실업 스트레스가 적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행복도 측면에서 출퇴근 시간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다음과 같이 계산하고 있다. 출근 시간이 30분 걸리는 사람은 집에서 걸어 출근하는 사람만큼 행복해지려면 지금 월급에 25%를 추가로 벌어야 한다고 한다. 

즉 매일 자가용과 대중교통으로 30분 정도 걸리는 사람이 200만원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250만원을 벌어야 하고, 지금 400만원을 받고 있다면 500만원은 벌어야 집에서 직장까지 걸어다니는 사람과 동일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긴 출퇴근 시간이 주는 불행감

출퇴근 시간이 길면 왜 행복도가 떨어질까? 사실 매일 출퇴근 시간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지옥철 혹은 주차장이라고 불리는 만원 전철과 교통체증의 경험 때문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심리학자인 대니얼 커너먼의 하루 시간 중 느끼는 감정에 대한 연구 조사에 의하면, 미국 여성들은 오전 출근 시간을 하루 최악의 시간으로 꼽았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이 근무시간, 그 다음이 퇴근 시간 순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출퇴근 시간이 주는 불행감의 지속성과 영속성이다. 슈투처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출퇴근 시간에 받는 스트레스는 결코 익숙해 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월급이 무려 50퍼센트나 올라간 경우와 출퇴근 시간이 30분 증가한 경우에 대해 비교 연구했다. 그러자 급여 인상의 행복도는 금새 예전의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출퇴근 시간이 증가했을 때 떨어진 행복도는 다시는 예전 상태로 올라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출퇴근 시간은 그날그날의 날씨와 교통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예측하고 대비하기가 불가능해서라고 한다. 어떤 날은 터널이 막히고, 어떤 날은 정체가 일어나고, 어떤 날은 공사 구간으로 막히는 등등 

이와는 반대로 이미 오른 월급에는 곧 익숙해진다. 월급이 오르면 처음에는 좋지만 한 달만 지나도 예전의 심리 상태로 돌아온다. 

 

 

 

우리나라의 출퇴근 시간, OECD 꼴찌 수준

그렇다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은 어느 정도나 될까?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 기준 어느 정도나 행복한 것일까?

좀 오래된 기록이지만, OECD 〈삶의 질 보고서, 행복지수 측정하기: 출퇴근 시간〉(2011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OECD 23개국 중 남아프라카 공화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가장 길다는 의미다. 편도로 55분 내외가 되는 것 같다. 1위와는 1~2분 차이 정도라서 엄밀하게 1위라고 보아도 상관이 없다. 아일랜드와 덴마크에 비하면 두 배 정도 길다.

OECD 회원국 출퇴근 시간 비교 그래프 2011년 자료
세계 각국의 출퇴근 소요시간, 2011년 OECD 자료, 도서 리케 205쪽


그러나 이것은 삶의 질이 높은 부자동네 OECD 국가들을 상대로 한 것이고 마이크 비킹의 자료에 의하면, 태국의 방콕은 더 심각해서 하루 평균 2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은 국가보다는 도시마다 차이가 크다. 영국 런던의 경우 평균 출퇴근 시간이 74분으로 가장 길고, 세 시간 이상 걸리는 사람도 2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어쨌든 평균적으로 봐서 출퇴근 시간만을 놓고 봐서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들에 속한다. 여기에 가장 긴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었으니 삶의 질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직장과 더 가까이, 아니면 재택근무를 노려라!

행복해지려면 직장 가까이 살아라. 물론 직장이 위치한 서울에 전세 구하기가 별 따기인 한국 실정에서 무리한 설정이라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 더구나 평생 내 집 장만이 어려운 상황에서 직장에서 2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똘똘한 아파트 한 채 장만하는 것이 평생 꿈인 직장인들에게 이 자체가 무리한 부탁이다. 자기 하나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녀들의 학교와 배우자의 직장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행복연구가들은 되도록 출퇴근 시간을 줄이라고 충고한다.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길바닥에서 낭비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출퇴근 시간이 길면 삶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또한 가족과 함께 할 시간도 부족하고, 만원 전철에서 겪는 피로감과 장시간 막힌 도로에서 운전하는 답답함을 늘 달고 살아야 한다.

행복연구가 마이크 비킹은 행복의 여러 자료를 검토해 볼 때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재택근무 형태를 취하게 될 때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감소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되도록 직장 가까이에서 살자. 그것이 어렵다면 교통체증을 피해 좀 더 일찍 집을 나서자. 출근 시간의 러시아워만 피하는 것으로도 하루에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의 수준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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