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 전염이 될까, 안 될까?

감기나 코로나처럼 행복도 전염이 될까? 꼭 유치원 꼬마나 할 만한 이 질문의 답은? ‘그렇다’이다. 

행복도 감기처럼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어떻게 보면 뚱딴지같은 이 질문은 사실이다. 꼭 드라마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옮아가듯 행복 바이러스도 도미노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옮아가 지역 사회 전체를 행복감으로 물들일 수 있다.

지금까지 행복감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의 영역의 문제라고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 행복은 주변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는 공동체적 현상이란 점을 알게 됐다. 

해를 보며 함께 기뻐하는 사람들
함께 기뻐하는 공동체


행복은 나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행복은 공유하는 것이다. 내가 행복함으로 이웃과 친구가 행복할 수 있고, 우리 지역이 행복함으로 국가 전체의 행복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젠 학교에서 내 옆자리 친구가 얼마나 행복감을 잘 느끼는 친구인지, 회사 동료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들이 얼마나 잘 웃고 즐거워하는지가 나의 행복감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행복은 바이러스와 유사한 경로로 전파

하버드 의학대학원의 니컬라스 크리스태키스(Nicholas A. Christakis) 교수와 캘리포니아 대학의 제임스 파울러(James W. Fowler)교수는 메사추세츠 주 동부의 소도시 프레이밍엄 주민들을 상대로 진행된 대규모 보건 설문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행복감의 지역 사회의 확산 경로를 분석했다.

전시회에 걸린 몽타주 사진들
현대인의 사회적 관계망


원래 이 연구의 목적은 심혈관 질환의 유전인자를 파악하기 위해 5천명 이상을 20년간 관찰한 것이다. 실험참가자들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과 행동 중에 행복감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응답했다.

연구는 매우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진행되었다. 주거지나 직장 변동도 즉각적으로 반영이 되었고 가족과 친구, 이웃 사람들의 소식(즉 이사, 출산, 사망 등)들도 연구팀에 보고되었다.

연구팀은 특별하게 고안된 정보처리기술을 통해 프레이밍엄 주민들의 가족, 친구, 급우, 이웃과의 관계들의 변화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이 표시한 행복평가도와 그들과 연결된 수 만개의 사회적 관계를 연계 분석한 결과 개인의 행복은 사회적 관계망을 타고 마치 바이러스와 같이 확산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연구 결과, 행복감은 사회적 단계 3단계에 걸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은 연쇄반응을 일으키는데 한 사람에게 행복한 일이 생기면, 그 사람을 기준으로 반경 2km 이내에 사는 친구들은 행복감이 25% 더 높아지고, 친구의 친구들은 10%가 더 행복해졌으며, 친구의 친구의 친구들은 약 5.6% 더 행복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한 사람 가까이 다가가면 행복도가 더 높아져

행복감은 지리적 근접성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나 가족이라도 서로 멀리 떨어져 살면 행복감의 전파 강도가 낮았던 반면 옆집에 사는 이웃들은 나의 행복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다. 무려 34%의 행복 증가가 나타났다. 

행복의 전파에는 남녀 성차도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보다는 동성 간에 행복감이 더 쉽게 전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이성친구들에게 행복감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내 짝이 행복해지면 나의 행복도도 8%가 증가되었다. 

 

 

 

 

행복, 나와 모르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쳐

이 연구의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행복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람, 그리고 늘 SNS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에게 강하게 전파되기도 하지만 서로 일면식도 없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개인의 행복 전파 능력은 일부 샐럽이나 인플루언서, 스포츠 스타에 한정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마치 류현진이 호투한 다음날과 손흥민이 골을 넣은 다음날 호프집이 호황을 맞아 호프집 사장님의 행복도가 증가되는 현상처럼 대중적 인기도가 높은 특정 개인의 행복도만이 다른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평범한 시민인 나의 행복감이 친구의 친구의 행복도를 10% 더 높여주고,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행복도를 5.6%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는 나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도 나의 행복이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나와 두 다리 건넌 관계인 ‘친구의 친구의 친구’는 나와 일면식도 없는 관계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것은 개인의 행복이 자기 한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쇄반응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제레미 밴덤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사실 개인의 행복감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행복 전염, 뇌신경의 거울뉴런 효과

그렇다면 ‘왜 행복은 주변으로 전파가 되는가?’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훨씬 관대한 경향이 있고, 이웃들과 불화하기보다는 조화롭고 즐겁게 살아간다는 행복한 사람들의 사회적 특성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노래하는 장면
거울뉴런 효과


그와 함께 인간은 실제 타인이 표출하는 감정을 공유하는 ‘거울뉴런’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거울뉴런’하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옆 사람이 하품을 하면 나도 따라하게 되는 것과, 영화에서 신파 멜로 장면이 나올 때 주인공과 함께 눈물을 흘리게 되는 현상 등이 거울 뉴런에 반응하는 현상이다. 이 때 fMRI 촬영을 해보면 서로 같은 부위의 뇌신경이 활성화 된다고 한다.

결국 인간의 행복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웃의 행복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행복이 바이러스처럼 감염되고 전파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개인은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

행복이 누구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획득한 것이 아닌 타인이 획득한 행복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비록 나에게 행복할 이유가 없어도 주변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내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의 행복이 내 자신의 행복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 행복한 친구들을 많이 사귀라. 그리고 항상 행복감을 잘 느끼는 사람들을 가까이 하라. 그리고 행복한 소식을 듣게 되면 널리 전파하라. 
 
특히 거울뉴런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슬픈 영화보다는 행복한 경험을 함께 체험하게 해주는 드라마와 영화, 여행사진, 유튜브 동영상을 자주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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