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면 장수에 도움이 될까?

행복과 수명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행복은 수명연장에 실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실 행복과 장수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행복하지 않은 장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래 사는 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먼저 행복한 삶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불행한 사람이 오래 산다는 것은 고통의 연장이라는 의미에서 꼭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미소 짓는 할머니
할머니 미소


하지만 오래 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은 부귀영화를 누렸던 중국의 진시황제도 현대인보다 못한 것이 있었다. 그가 그렇게도 가지려 했던 것이 불로장생의 묘약이었던 것을 보면 짧은 인생으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황제의 수명은 고작 49세였다. 오늘날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2.8세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정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물론 오래 산다고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수가 행복의 전제 조건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이 장수하는 경우는 많기 때문에 행복이라는 요소가 수명연장의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근거는 충분하다. 

그렇다면 정말 행복한 감정을 많이 느끼는 것이 오래 사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4가지 의미 있는 실험들을 살펴보고, 진짜 행복한 마음이 장수의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는지 합리적으로 따져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행복한 수녀들이 더 오래 산다

하나님께서는 행복한 수녀들을 하늘나라로 더 빨리 데려가실 것 같은데, 오히려 이 땅에 남아 착한 일을 더 많이 하고 오라고 장수를 선물로 주셨다.

대너와 스노든, 프리젠 교수는 ‘수녀 연구’라는 과제를 통해 행복과 장수의 연관성에 대해서 증명했다. 특히 캔터키 대학의 데이비드 스노든 교수는 '수녀들의 장수'에 대한 연구에 세계적 권위자이다.

수녀들
수녀들


2001년 대너 교수 연구팀은 긍정적 생각과 수명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미국 밀워키와 볼티모어 주에 있는 180명의 카톨릭 수녀들을 대상으로 1930년대 수녀원 입소 당시 적었던 종신 서약서와 일기문을 분석했다. 

수녀들이 종신 서약을 맺을 당시의 평균 연령은 22살이었다고 한다. 수녀들은 종신 서약을 맺는 날 각자의 감정 상태가 표현된 일기를 썼다.

연구 가설을 알지 못하는 심사원 두 명이 수녀들의 글을 읽고 글 속에 나타난 단어들을 세 개의 범주로 분류했다. 즉 긍정적 단어와 부정적 단어, 중립적 단어로 나눴다.

그리고 긍정적인 내용을 적게 쓴 수녀들로부터 많이 쓴 수녀들까지 순서를 매긴 후 4등분하여 네 집단을 분류하였다. (표에 보이는 집단4 Quartile4는 긍정적 내용이 많은 수녀들이고, 집단1은 Quartile1은 긍정적 내용을 적게 기록에 남긴 수녀들이다)

수녀집단의 수명 연구 결과
수녀 집단의 수명 비교


그 결과 가장 긍정적인 표현을 많이 적은 집단4가 긍정적 표현이 적은 집단1보다 오래 살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 90세를 기준으로 본다면 집단1의 생존율은 30%인데, 집단4의 생존율은 무려 60%나 된다. 90세까지 살 확률이 두 배나 높았다. 

수녀원에 종신 서약서를 쓸 당시를 기준으로 긍정적인 표현을 적은 수녀들은 감정 표현이 적었던 수녀들에 비해 기대수명이 7년이 더 길었다고 한다.

이 연구를 통해 볼 때 적어도 가장 젊었을 때 긍정적인 감정을 가졌던 이들이 훨씬 오래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녀 연구가 의미가 있는 것은, 수녀원이 장수연구에 있어서는 매우 좋은 실험실이라는 점이다. 수녀들은 종신서약이 이후, 폐쇄된 수도원 환경에서 먹고 입고 자는 모든 주거 환경과 생활패턴이 동일하게 살게 된다. 실험실에서 억지로 환경을 통제하지 않아도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다른 요소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의 결과, 같은 조건이라면 긍정적인 사람이 부정적인 사람에 비해 훨씬 오래 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래 사는 것도 축복인데 그것도 행복까지 선물로 주어진다니 참으로 인생은 빈익빈 부익부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잘 웃는 야구 선수가 더 오래산다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행복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10년 미국 디트로이트 웨인대학의 어니스트 아벨 교수는 1950년대 초반에 활동한 프로야구선수 230명의 사진을 연구했다. 선수들의 사진이 들어간 수집용 카드를 이용했다.

연구의 가설에 대해 알지 못하는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은 선수들의 얼굴을 각각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1. 웃고 있지 않음   2. 인위적 웃음  3. 진짜 웃음

이 연구를 보면 ‘인위적 웃음과 진짜 웃음을 어떻게 구분하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할만도 한데, 연구자들은 ‘뒤센의 미소’와 ‘팬암의 미소’로 구분하였다고 한다.

뒤센의 미소란 폴 에크만이 주장한 ‘진짜 기쁨과 행복으로부터 우러난 미소’로서, 얼굴 전체가 웃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입술 끝이 위로 당겨지며, 두 눈은 안쪽으로 모이며, 눈가에는 주름이 나타나고, 두 뺨의 상반부도 들어 올려지는 반응이 나온다.

 진짜 웃음과 인위적 웃음 비교
왼쪽이 인위적 웃음, 오른쪽이 진짜 웃음인 뒤센의 미소


팬암의 미소란 일종의 호텔이나 백화점에 방문했을 때 종업원들이 짓는 웃음으로 항공사 팬암 스튜어디스들이 잘 지었다고 해서 팬암의 미소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거의 입술만 웃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연구자들이 각 그룹별로 헤쳐모여를 실시하여 사망한 연령과 생존해 있는 선수들의 숫자를 비교했다. 1950년대 활동한 선수들이 2010년 당시에 46명이나 생존해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1950년대에서 2009년까지 60년에 가까운 사망 기록을 분석해 보니, 사진에서 진짜 웃었던 선수 그룹은 진짜 웃지 않았던 그룹(인위적 웃음 + 안 웃음)보다 매년 사망자 수가 두 배 더 적었다고 한다. 

이 실험은 선수들이 사진을 찍었던 순간 시점만을 기준으로 둔 것이라 이 선수들이 진짜 다른 선수들보다 행복한 감정을 더 많이 느꼈었는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팬암의 미소가 아닌 뒤센의 미소를 잘 짓는 사람들이라면 평소에 많이 웃어 웃음 근육을 발달시킨 사람들일 것이다. 웃음도 결국 반복과 근육 단련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얼굴의 웃음 주름은 평상시의 행복 반응을 나타내는 객관적 기준이 될 수 있다.

보통 스포츠 선수들은 평균 수명이 일반인보다도 더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 이유는 지나친 유산소 운동이 오히려 활성산소를 과다 생성하여 노화를 앞당기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리그 선수들은 승부와 경쟁 속에서 성과 압박이 심하기 때문에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또한 가정에서 가족과의 따뜻한 삶보다는 단체로 집단생활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한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도 늘 웃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들은 남다른 감정 컨트롤과 행복감을 유지할 수 있는 낙천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심장병에 덜 걸린다

그렇다면 행복감은 우리 몸에 어떤 역할을 하기에 더 오래 살게 될까? 행복한 감정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한 학자가 있다.

로젠크란츠 연구팀은 뇌파 연구를 통해 행복한 감정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들과 면역력의 상관 관계를 연구했다.

우리의 뇌는 행복한 감정을 느낄 때 양쪽 뇌의 불균형이 더 크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왼쪽 뇌(긍정적 감정기관)가 오른쪽 뇌(부정적 감정기관)보다 활발하게 움직일수록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연구팀은 연구에 참가한 자들에게 독감 예방주사를 접종하고 그후 혈액을 분석했는데, 뇌파의 특성상 행복한 감정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 더 면역능력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들이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는데, 아마도 면역력이 높아서 그런 것 같다. 실연당한 사람들이 감기에 잘 걸린다는 속설도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는 얘기다.

한편 행복한 사람들은 심장도 더 튼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콜럼비아 의과대학의 카리나 데이비드슨 연구팀은 건강한 1,739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6년간 의학적 검사를 통해 삶에 대한 감정 반응을 연구했다.

각각 참가자들은 행복, 기쁨, 흥분, 만족은 긍정적 감정으로, 우울과 걱정, 공포와 같은 감정들은 부정적 감정으로 분류하여 이들의 감정과 심장질환의 위험성에 대한 관련성을 연구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면담을 통해 긍정없음(1점)에서 매우 긍정(5점)까지 점수를 매긴 결과 감정의 수치가 1단계씩 상승할수록 심장질환의 위험은 22%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 결과는 성별과 나이, 몸무게,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흡연, 심리 장애 등의 변수를 모두 고려한 상태에서 나온 결론으로서 심장건강에 행복한 감정이 매우 큰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심장으로 기뻐하고 슬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국과 일본, 평균수명 높다고 행복 무시해선 안돼

이상의 연구 결과들을 보고서도 필자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전 세계에서 행복 수준이 낮은 일본과 한국인들은 왜 평균수명이 높은 건가?

로널드 잉글하트의 행복순위를 보면 전체 82개국 중에서 한국은 47위, 일본은 40위에 불과하다. 2020년 유엔 산하 자문기구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153개국 중 한국은 61위, 일본은 62위에 해당된다. 

반면 평균수명은 매우 높다. 2020 통계청 KOSIS 기준 G20개국의 기대수명을 보면 일본이 84.4세로 1위, 한국은 82.8세로 4위다. 

G20국가 외에 전세계를 포함하는 2016 CIA 자료에 의하면 1위는 89.73세를 사는 모나코이고, 2위는 일본 84.41세, 3위가 83.01세의 한국이다. 꼴찌는 222위인 아프리카 남동부의 에스와티니인데 32.62세라고 하니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일본도 대단한 것이 항상 지진과 화산 폭발, 경제적 불황으로 어려운 국가적 상황에서도 평균 수명은 가장 높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상황만 놓고 보면, 행복도와 수명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과 일본은 개인의 행복도로만 보아서는 결코 행복선진국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노인
한국과 일본의 노인


필자는 두 가지 면에서 이 상황을 해석하고 있다. 첫째 한국이나 일본은 국민들 간의 행복 격차가 매우 심한 사회라는 것이 한 가지 이유이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국가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울증과 극심한 부정적 감정질환에 시달리는 국민이 많은 것이 분명하다.

많은 불행한 사람들이 평균적인 행복도를 확 깎아내렸기 때문이지 장수자들의 낙천성과 행복도는 어느 나라보다 높다고 본다. 

사실 그렇다. 한국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살기 어렵지만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천국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한국의 부자들은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들에 비해 세금 부담이 적고 주기적으로 자산 소득을 얻게 된다. 특히 부동산 수익 증대로 앉아서 적지 않은 돈을 벌고 있다. 그러면서도 빈부격차가 심각한 나라들이 갖고 있는 불안한 치안상황이 없다. 한국은 질서와 평화가 잘 지켜지고 있는 국가이다. 부자들이 삶의 만족도가 높은 나라이다.


둘째, 한국과 일본은 행복도 외의 수명 연장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발달되어 있다.

문화적으로는 유교문화의 전통으로 노인이 존중받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고, 둘째로 가족지향적 문화가 노인복지의 사각지대를 커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국가적 부가 대부분 노년층에 집중되어 있어 노인들이 부유하다. 반면 한국의 노인들은 가장 빈곤하다.

또한 빠질 수 없는 것이 식생활 문화이다.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콩과 잡곡을 위주로 하는 채식과 된장과 같은 발효음식이 발달되어 있고, 혈행 개선과 고지혈증을 예방해주는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과 해산물을 세계에서 가장 즐기는 국가이다. 

특히 노인건강에 가장 중요한 비타민K2가 많이 들어있는 낫또와 청국장을 많이 먹는다. 비타민K2는 뼈 손실과 혈관의 칼슘 칩착을 방지하여 심장병과 뇌질환 예방에 필수적이다. 오늘날처럼 풀이 아닌 옥수수 사료를 주식으로 하는 육축을 통해 고기를 얻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비타민K2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없다.

그에 비해 음식 중에서 가장 많은 비타민K2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낫또와 청국장이다. 이 음식을 즐기는 국가는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은 음식문화적으로 장수하기에 좋은 식단을 갖고 있다.

가장 결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보편적 의료제도의 덕택이다. 한국의 의료제도는 노인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고급 의료 혜택을 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본 역시 엄청난 국가 채무를 통해 노년층의 건강보오험을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장수를 무조건 좋은 것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국민의 낮은 행복도에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오래 살수록 그것이 축복이 되지만, 무의미하고 고통스런 삶이 오래 지속된다면 그것을 꼭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예를 든다면 자유를 억압받는 감옥에서 100살까지 복역했거나 병에 시달리며 100년 동안 병원 침상에 누워있는 삶과 50년을 살았으나 자유롭게 세계를 여행하며 사는 삶을 비교한다면 누구의 삶이 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다른 나라 국민들이라면 오래 살기 위해 행복해져야겠지만, 한국과 일본인들에게 행복은 오랜 삶이 고통이 아닌 기쁨이 되기 위해 행복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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